티스토리 뷰
영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되는 영화가 있다.
2018년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그랬다.
괴물에게 쫓기고 도망치는 영화는 많지만 이 영화의 설정은 조금 달랐다.
괴물은 앞을 보지 못하는 대신 청각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해 아주 작은 소리에도 달려든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도망치는 것보다 소리를 내지 않는 것 자체가 생존 방법이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부터 궁금했다.
사람이 어떻게 평생 소리를 내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걷는 것부터 아이를 낳는 것까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일 하나하나가 얼마나 많은 소리를 만드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소리를 내면 죽는 세상
애벗 가족은 괴물의 공격을 피해 농장에서 살아간다.
가족은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수어로 대화한다.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생활하며, 자주 다니는 길에는 모래를 깔아 발소리까지 줄인다.
이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평소에는 발소리가 난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데, 이 영화에서는 걷는 것 하나에도 목숨이 걸려 있다.
괴물은 앞을 보지 못하지만 작은 소리 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바로 가까이에 괴물이 있어도 소리를 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그 설정 하나가 영화 내내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소리를 내면 안 되는데 어떻게 아기를 낳을까
내가 가장 가슴 졸이며 봤던 부분 중 하나가 엄마 에블린의 출산 장면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기를 낳는데 어떻게 소리를 안 낼 수가 있지?'
출산의 고통을 참으면서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부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기를 낳은 다음이다.
엄마는 참는다고 해도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는 어떻게 막을까?
아기에게 울지 말라고 가르칠 수도 없다.
그래서 가족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별도의 공간을 준비한다.
괴물을 피해 숨어 사는 것도 힘든데, 아이를 낳고 키우는 평범한 일조차 생존을 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이 차오르는 지하실, 바로 앞에는 괴물이 있었다
출산을 앞둔 에블린이 지하 공간에 있을 때 물이 차오르고 그곳에 괴물까지 들어온다.
움직여도 안 되고 소리를 내도 안 되는 상황인데 바로 가까이에 괴물이 있으니 정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계속 들리는 물소리가 오히려 에블린이 내는 작은 소리를 가려주는 가림막처럼 느껴졌다.
평소에는 작은 소리 하나도 위험한 세상인데, 이때만큼은 물소리가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여서 특히 기억에 남았다.
곡물 사일로에 빠진 아이들
농장에 있는 커다란 곡물 저장시설에서 벌어지는 장면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이들이 그 안에 들어갔다가 곡물 속으로 빠져들면서 위험에 처한다.
곡물이 마치 모래처럼 몸을 집어삼키고, 빠져나오려고 움직일수록 더 위험해지는 모습 때문에 또 한 번 가슴을 졸였다.
괴물 하나만으로도 무서운데 이 영화에서는 살아남으려다 또 다른 위험에 빠지는 사건이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1편은 특히 사건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위험이 찾아왔다.
딸의 청각장애가 오히려 괴물의 약점을 찾아냈다
애벗 가족의 딸 리건은 청각장애가 있고 보청기를 사용한다.
처음에는 이런 세상에서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큰 약점처럼 보였다.
괴물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후반으로 가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리건의 보청기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피드백음에 괴물이 고통스러워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괴물은 앞을 볼 수 없는 대신 소리에 극도로 민감하다.
그 뛰어난 청각이 오히려 약점이 된 것이다.
나는 이 설정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살아남는 데 불리해 보였던 딸의 보청기가 결국 괴물에게 맞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
1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아버지 리의 마지막이다.
아이들이 괴물에게 위험해지자 아버지는 자신이 소리를 질러 괴물의 시선을 끈다.
소리를 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괴물을 불러들인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는 남겨진 가족의 또 다른 생존기가 시작된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봤던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1편을 떠올리면 화려한 액션보다 조용해서 더 무서웠던 영화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맨발로 모랫길을 걷는 가족.
소리를 내지 않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엄마.
울 수밖에 없는 갓난아기.
물이 차오르는 지하실과 바로 가까이에 있는 괴물.
곡물 속으로 빠지는 아이들.
그리고 딸의 보청기에서 발견한 괴물의 약점.
사건 하나하나가 사람을 가슴 졸이게 했다.
특히 나는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했다.
'사람이 정말 이렇게 소리를 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걷는 소리, 물건을 떨어뜨리는 소리, 아픈 순간 나오는 비명, 아이의 울음까지 모두 목숨과 연결된다.
그래서 화면 속 가족들만 조용히 사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나까지 괜히 숨을 죽이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 중에서는 지금도 1편에서 느꼈던 긴장감이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영화 기본정보
제목: 콰이어트 플레이스 (A Quiet Place)
개봉: 2018년
감독: 존 크래신스키
주연: 에밀리 블런트, 존 크래신스키, 밀리센트 시먼즈, 노아 주프
장르: 공포·스릴러·SF
FAQ
Q. 콰이어트 플레이스 괴물은 눈이 보이나?
괴물은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매우 발달한 청각으로 소리를 감지해 사냥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Q.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가족이 맨발로 다니는 이유는?
발소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가족이 이동하는 길에 모래를 깔아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Q. 딸의 보청기가 왜 괴물의 약점이 됐나?
보청기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피드백음이 소리에 극도로 민감한 괴물을 고통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Q. 콰이어트 플레이스 1편에서 아버지는 죽나?
그렇다. 리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일부러 소리를 내 괴물을 자신에게 유인하고 희생한다.
Q. 콰이어트 플레이스 2편은 1편과 이어지나?
이어진다. 아버지를 잃은 뒤 에블린과 아이들이 농장을 떠나 새로운 생존 장소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